유럽의 성이 유명하지만, 아시아에도 수백 년의 세월을 품은 아름다운 고성(古城)들이 존재합니다. 이 글에서는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문화적·역사적 가치가 뛰어난 아시아의 숨겨진 고성 여행지 세 곳을 소개합니다. 화려하지 않아 더 고요하고, 대중적이지 않아 더 특별한 아시아 고성의 매력을 만나보세요.
중국 무이산의 칭밍상하이 성터: 유교 이상향의 흔적
중국 푸젠성(福建省)에 위치한 무이산(武夷山)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자연경관과 더불어 수많은 역사 유적을 품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칭밍상하이(淸明上河園) 성터’는 중국 송나라 시대 문명과 유교적 도시 구조의 이상향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유적입니다. 이 성은 실제로는 거대한 성벽보다는 계획도시의 개념에 가까우며, 송나라 시기 문치주의와 생활양식을 시각적으로 재현해낸 복합 문화 공간입니다. 특히 ‘도시 속 강’이라는 개념으로 설계된 수로와 시장, 고가옥들이 특징인데, 이는 당시 송나라 시민사회의 역동성과 유교적 질서의 조화를 보여줍니다. 현재 이 성터는 일부가 복원되어 관람객에게 개방되어 있으며, 전통 옷을 입고 입장하거나, 당대의 연극과 생활 체험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중국 내에서도 아직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국 역사와 유교 문화를 좋아하는 여행자에게는 숨겨진 보석 같은 장소입니다. 주변 무이산 자연공원과 연계해 트래킹과 문화유적 탐방을 동시에 즐길 수 있어 ‘문화+자연’ 여행을 선호하는 이들에게 추천됩니다.
베트남 후에 황성: 베트남 왕조의 고요한 권위
베트남 중부에 위치한 ‘후에(Huế)’는 19세기 응우옌 왕조의 수도로, 당시 왕궁인 ‘후에 황성(皇城)’은 아시아 고성 중에서도 독보적인 역사적 무게를 지닌 곳입니다. 199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 베트남 전쟁 당시 많은 파괴를 겪었으나 현재는 꾸준한 복원 작업을 통해 옛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습니다. 후에 황성은 중국 자금성과 비슷한 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왕궁, 사당, 성문, 연못 등이 엄격한 유교적 질서에 따라 배치되어 있습니다. 특히 ‘타이화루’라는 황제의 공식 집무 공간은 목조건축의 정수를 보여주며, 고요한 아름다움 속에 황제의 권위가 담겨 있습니다. 성벽을 따라 거닐다 보면 과거의 영화와 비극, 현재의 재건이 조용히 어우러지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관광객이 몰리는 호찌민이나 하노이와 달리, 후에는 전반적으로 차분하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어 진정한 ‘숨은 명소’로 불릴 만합니다. 또한 후에는 베트남 중부 특유의 왕실 요리가 발달한 지역이기도 하여, 고성 탐방과 미식 여행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매력 포인트입니다.
일본 마츠에성: 살아 있는 원형 목조 고성
일본의 수많은 성 중에서도 ‘마츠에성(松江城)’은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일본 전국시대 이후, 1607년에 건립된 이 성은 일본에서 몇 안 되는 원형 상태의 목조건축 고성 중 하나로, 국보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혼슈 시마네현의 마츠에시에 위치한 이 성은 해자(성 주위의 강), 성벽, 망루, 천수각(메인 타워) 등이 모두 원형 그대로 남아 있어 ‘살아 있는 역사’라 불릴 정도입니다. 일본의 주요 관광지인 오사카성, 히메지성과 달리 관광객이 적어, 조용히 역사적 공간을 음미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성 내부에서는 당대 무사 가문들의 생활 유품, 갑옷, 무기 등이 전시되어 있으며, 지역 자원봉사 해설사들이 성의 역사와 특징을 직접 안내해 주는 무료 투어도 인기입니다. 마츠에성은 주변 호수와 도시 조경이 아름답게 어우러져 있어 사계절 내내 방문 가치가 높습니다. 봄에는 벚꽃, 여름에는 축제, 가을엔 단풍, 겨울엔 눈으로 덮인 천수각이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또한 근처에는 일본 신화를 테마로 한 ‘이즈모타이샤’와 전통 온천지 ‘타마츠쿠리 온천’이 있어 하루 코스로 방문하기에도 좋습니다. 일본의 전통미와 정적의 미학을 좋아하는 여행자라면 꼭 한 번 가볼 만한 명소입니다.
아시아에는 아직 많은 이들이 모르고 있는 아름답고 의미 깊은 고성 여행지가 존재합니다. 중국의 칭밍상하이 성터, 베트남의 후에 황성, 일본의 마츠에성은 모두 역사적 가치뿐 아니라 여행의 깊이를 더해주는 장소들입니다. 혼잡한 관광지에서 벗어나 진짜 문화와 역사를 체험하고 싶은 분들께 이 세 곳을 강력히 추천합니다.